통념 6. 다른 아이를 키울 때는 특별한 훈련이나 프로그램이 필요하지 않았으니까 이 아이 역시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형은 특별한 훈련 없이도 변기를 잘만 사용했고, 숟가락 젓가락도 잘 쓴데다가, 숙제도 잘만 해왔는데, 왜 이 아이만 그런 특별훈련을 받아야한단 말인가? 이런 실망스럽고 맥 빠지는 질문에는 아무도 명쾌한 대답을 해줄 수 없다. 왜 어떤 사람은 유독 다른 사람들보다 그림을 잘 그리는지, 수학을 잘하는지, 씨름을 잘하는지 아무도 알 수가 없다. 인간의 능력과 습성, 행동 등에 엄청난 개인차가 존재한다는 것은 이미 과학적으로도 증명된 사실이다. 그러므로 자녀들 역시 각자 다른 종류의 훈련이 필요한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자녀에 대한 부모의 태도를 연구해보면 두 형제간에 혹은 연령대가 비슷한 자녀들 사이에, 심지어는 똑같이 생긴 쌍둥이 간에도 커다란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잘 납득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면 학습의 정도와 수준은 개인별로 매우 광범위한 차이를 보인다. 온갖 종류의 유전적, 환경적 요인이 이 차이를 만들어낸다. 심지어 일란성 쌍둥이조차도 지문이 다른 것처럼 두뇌구조가 서로 무척 다를 수 있기 때문에 학습의 속도도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흔히 사람들은 쌍둥이 겉모습이 무척 흡사하다보니 오해를 하기 쉽다. 또 나이가 비슷한 경우에도 같은 오해를 한다. 저 아이는 세 살 때 배변 훈련이 끝났는데 말이야. 세 살 정도면 모든 아이들이 배변 훈련을 끝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잠시 아이가 어떤 일을 할 수 있어야 된다고 생각하는 나이인 발달상의 평균 연령에 대해 생각해보기로 하자. 첫째, 남자 아이들이 보통 여자 아이들보다 말을 느리게 배우는 경향이 있다. 둘째, 만약 발달상 평균 연령이 네 살이라고 하면 그 행동을 두 살 때 해내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여섯 살이 되어서야 할 수 있는 아이도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배변 훈련에 대해서는 부모나 유치원 교사들이 여섯 살이 되었는데도 아직 배변 훈련이 되어 있지 않은 아이를 가만히 놔두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숫자상의 나이는 한 개인이 어떤 일을 할 수 있는가를 측정하는 잣대로서는 그다지 훌륭한 기준이 되지 못한다. 발달과정은 말 그대로 연속적이고 사람마다 다르게 진행되기 때문이다. 남보다 눈이 더 빨리 발달하는 아이가 있고 남보다 모음 발음을 더 일찍 하는 아이도 있다. 같은 날 잉태된 두 아이가 아홉 달 후 같은 날에 태어나도 뼈 나이는 무척 다를 수가 있다. 해당 시간에 뼈가 어느 정도 형성되었는가, 신체의 석회화와 골격화가 어느 정도 진척되었는가를 측정하는 것이 바로 뼈 나이다. 뼈 나이의 차이는 나이가 들면서 더욱 명확해진다. 나란히 서 있는 65세의 노인 두 사람을 떠올려 보자. 한 사람은 오십대로 보일 수 있고 또 한사람은 팔십대처럼 보일 수도 있다. 우리는 같은 65세의 두 사람이 이토록 다르게 보일 수도 있다는 사실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네 살배기 아기들 사이의 일은 이런 차이가 벌어질 것이라는 예상을 좀처럼 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들에게도 차이점은 당연히 존재한다.

행동발달 역시 마찬가지다. 어느 날짜까지 당연히 해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바람직한 행동의 습득 수준을 점점 성취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자. 이 과정에서 자녀가 밟아가는 각 단계마다 부모 역시 상당히 다른 정도의 노력을 기울여야할 것이다. 다시 말해 원칙과 기술 자체가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기술을 적용하는 방식과 노력이 달라진다는 뜻이다. 자녀에게 그리고 자기 자신에게 통계적인 평균에 도달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지우지 말자. 그보다는 자녀의 특별한 장점과 단점, 구체적인 발달과정에 맞게 행동을 습득해나가도록 도와주는 방법을 생각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