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멍청이가 아니다. 상식도 있고 세상 물정에 밝으며 책도 꾸준히 읽는다.
그러나 때로는 전혀 마음에도 들지 않는 차를 사거나 좋아하지도 않는 음식을
주문하는 등 어리석기 그지없는 행동을 하곤 한다.

누구나 한번쯤은 어리석은 행동을 한다. 아무리 자신감이 넘치고 결단력 있는
사람일지라도 가끔은 그리 현명하지 못한 짓을 저지르곤 한다. 현명한 사람과
어리석은 사람의 차이는 바로 여기에서 드러난다.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
부족한 사람일수록 어떻게든 자기 행동을 합리화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현명한 사람은 자신의 어리석음을 인정하고 그것을 성장의 발판으로 삼는다.

때로는 정신이 흐릿해지거나 성급하게 결론을 내려서 제대로 선택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주변 상황을 재빨리 파악하고 그것에서 벗어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능력에는 사람마다 차이가 있다.

자아가 강함 사람일수록 이전에 내린 결정에 얽매지 않고 그때그때 현실에 맞는
 "독립적인 " 결정을 할 확률이 높다.

그러나 자아 의식이 약한 사람은 이전의 행동을 억지로 정당화시켜서 자신이
 옳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려 한다. 좋아하지도 않는 음식이지만 주문을 했으니까
먹는다. 정말 보고 싶지 않은 비디오지만 어쨌든 빌려 왔기 때문에 끝까지 본다.
과거의 행동을 합리화시키고 자신이 옳다는 것을 억어지로 증명하려고 계속해서
잘못된 행동을 반복한다.  다시 말해서 온 동네를 뒤져서 빌려온 비디오이기
때문에 보고 싶지 않더라도 꼭 봐야지 내가 비디오를 빌려 오기 잘했다는 생각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는 것이다.

누구나 올바른 판단을 내리고자 한다. 일부러 잘못된 판단을 내리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앞에서 예기한 사람들은 자신의 행동이 옳아야 할 필요가 있기 떄문에
옳은 것이다. 손해를 무릅쓰면서까지 상황이 호전되기만을 바란다. 문제가
악화되건 말건 아무런 관심도 없다. 심지어 시간을 낭비하고 돈을 낭비하는
일을 반복한다. 결국에는 나자신이 옳았다고 예기할 수 있는 상황이 오리라는
한 가닥 희망을 걸고.

이런 확실한 예를 사이비 종교 집단의 경우에서 찾아볼 수 있다. 사람들은 도대체
누가 그런 집단에 속아서 가족. 친구. 재산. 더 끔찍하게는 목숨까지 버리는 것인지
의아해한다. 자아가 강한 사람이라면 사이비 종교의 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희박하다. 그러나 자아나 올바른 가치관이 부족한 사람일수록 자신의 생각이나
가지. 그리고 능력에 대해 명확한 판단을 내리기가 힘들다.

사이비 종교 집단은 서서히 사람을 끌어들이는 방법을 이용한다. 한 걸음씩 천천히
자신들의 세계로 "인도" 하여 결국에는 스스로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지
않을 수 없게끔 만든다. 그들이 사람들을 유혹할 때 "이봐요. 우리 사이비 종교에
들어와 당신이 가진 모든 걸 포기하지 않겠습니까?" 라는 식으로 접근하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 어떤 것도 꼭 그렇게 해야만 한다고 미리 결정된 것은 없다. 즉 자신만이 결정을
내릴 수 있으며 더 이상 자신에게 이득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이 서는 순간 마음을
비꿀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남편 혹은 아내와 영화를 보려 극장에 갔다고 하자. 시작한 지 5분도 채
안 돼서 이 영화가 최근 몇 년 동안 본 영화중에 가장 형편없는 작품임을 알게
되었다. 자. 이제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이미 아이들을 맏기는 데 들어간
비용은 말할 것도 없고 영화표. 팝콘. 음료수. 사탕. 그리고 주차비 등에 돈을 날려
버려다 그러니 아무리 엉망인 영화라도 끝까지 다 봐서 이런 손해를 만회하고
본전을 뽑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가?

그러나 객관적으로 본다면 이런 의문점이 생겨날 것이다. 나는 이미 이 영화를
보기 위해서 돈을 낭비했다. 그런데 이런 재미없는 영화를 보기 위해 시간까지
낭비해야만 하는가? 과연 나에게 득이 되는 게 있는가? 내 아내나 남편에게
득이 되는가? 그렇다면 이 상황에서 손해를 줄이는 방법은 무엇인가?

선택의 여지가 남아 있는 것은 무엇인가? 영화관을 나오더라도 아이는 이미
맡겨 놓았으니 내침김에 외식을 하고 전시회를 보러 갈 수도 있는 않을까?

위와 같은 질문 목록을 만들어 가지고 다니면서 어떤 일이 자신이 예상한 대로
풀리지 않을 때마다 목록을 꺼내서 재빨리 검토하라.그리고 나서 손해를
줄일 수 있는 방향으로 결단을 내려라.

지나간 결정를 합리화하기 위해 소중한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는 짓은 이제
그만두자. 한번 실수로 족하다. 그리고 잘못된 판단을 내린 자신을 용서하라.
그리고 그 작은 실수로부터 삶의 큰 교훈을 얻었다고 생각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