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늘 지각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제시간이 도착한 적이 거의 없는 것 같다.

아무리 노력해도 아무리 길이 잘 뚫려도  아무리 일찍 출발해도 항상 지각이다.

시계를 10분 빠르게 맟춰 놓기도 하지만 여전히 10분 정도 늦는다.

날이면 날마다 지각을 하는 이유는? 늦잠을 자는 습관을 고치지 못해서? 아니면

워낙 게으른 사람이라서? 다른 사람들에게 욕을 얻어 먹으면서도 늘 지각을

밥먹듯이 하는 사람의 심리에는 엉뚱하게도 다른 사람을 기다리게 함으로써

자신이 강자의 위치에 선다는 생각이 자리 잡고 있다. 남들보다 일찍

도착한다는 것은 다른 사람의 기분이나 시간에 얽매이는 것이기 때문에 마치

자신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처럼 생각한다.

또 다른 원인은 자존심의 문제와 관련이 있다. 지각을 해서 남에게 무례하다는

말을 듣거나 남에 대한 배려가 없는 사람이라는 평을 들어도 그다지

상관하지 않는 것은 기본적으로 자신을 존중하고 아끼는 마음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약속 상대를 존중하지 않기 때문에 상대방이 시간을

낭비하게 만든다 는 사실에 대해 그다지 미안해하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

어떤 경우에는 약속 상대에 대한 분노나 원망의 무의식적인 표현일 수도 있다.

그 사람에 반감이나 시기 원망 등을 품고 있기 때문에 불편을 끼치는 것이다.

심리학적 측면에서 보면 늦어서 허둥대는 사람은 아드레날린의 분비가

촉진되어 심리적인 만족감을 느낀다. 마치 도박이나 스카이다이빙 혹은

스포츠를 할때 비슷한 전율을 느끼고 이를 즐기는 것처럼.

아무튼 그 이유가 무엇이든지 간에 한 사람이라도 늦어서 회의가 지연되면

늦은 사람을  포함해서 모든 사람이 서둘러 의제를 꺼내게 되고 결국에는

회의시간을 비효율적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모두에게 피해를 준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자신을 존중하지 않고는 다른 사람을 존중할 수 없으며

그 반대로 남을 존중하지 않으면 존중받을 수 없다. 이 두가지는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것이다.

우선 자신이 늦을 때마다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게 되는지 과감하게

물어 보라. 일단 자신의 행동이 초래한 부정적인 결과에 대해서 듣고 나면

어찌됐든 자신도 영향력(?) 을 발휘하는 인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여전히 지각을 독차지한다면 동료들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5분씩 늦을 때마다 벌금을 낸다든지 회의 후 뒷정리를 한다든지

지각에 대한 벌칙을 정해 놓는다. 벌칙마저 아무 소용이 없다면 사람들은

당신을 포기하고 말 것이다.

어쩌면 당신은 화를 억누르면서 여러 가지로 심기가 불편해지고 좌절해

왔는지 모른다. 그리고 그 분풀이로 계속해서 다른 누군가를 기다리게

만드는 것인지도 모른다.그렇다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마음속에 자리잡은

분노를 버려야 한다.

분노는 자연스러운 감정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정확하게 누구에게

화가 났는지 혹은 왜 그런 감정을 느끼는지조차 몰라도 상관없다. 자신을

계속 기다리는 사람들 중 누군가에게 화가 났을 수도 있고 혹은 만나기로

단 상대방이 자신을 화나게 만든 상대를 떠올리게 하거나 아니면 둘 다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어떤 경우이건 분노가 쌓여서 마음을 병들게 하거나

폭발하기전에 안전하게 표출해야 한다.

샌드백을 두드리거나 나무 등치를 발로 걷어차는 등 적당한 방법을 찾아서

분노를 해소시키자 처음에는 이런 행동이 다소 어리석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충분히 가치가 있는 행동이다. 자신의 분노를 애꿋은 주위 사람들에게

푸는 것보다는 감정 없는 물건에 푸는 편이 훨씬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