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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0-06-30 16:14
고등어를 금하노라 - 자유롭게 사는 삶을 살려는 여자이야기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4,670  

책소개

뮌헨의 행복 건축가,
내가 살고 싶은 세상을 가족 안에 짓다


가족 이야기는 대개 진부한 통념의 세계에 머물거나 정반대로 극단적인 전복(顚覆)의 길을 걷는다. 그러나 『고등어를 금하노라』는 통념과 전복 사이를 유유히 오가며 가족 이야기도 조화로운 창조의 세계일 수 있음을 보여주는 책이다. 맞벌이하며 두 아이를 키우는 삶은 일견 평범한 듯하지만, 좀 더 세밀하게 들여다보면 사소한 것 하나까지가 모두 부부의 신념과 의지의 결과물이라 삶에 대한 치열한 주인 의식을 엿볼 수 있다.

주어진 대로, 운명을 맞아들이듯 살기보다는 적극적으로 판단하고 선택하며 살기로 한 이들은 돈보다는 시간을, 순간의 안락함보다는 인간으로서의 품위를, 강요와 간섭보다는 자유와 존중을 우선시하는 삶을 실천해왔다. 세끼 식사를 온 가족이 함께하기 위해 직업적인 성공을 일부 포기했고, 돈의 노예가 되지 않기 위해 소비를 최소화했으며,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난방과 온수, 자동차와 고등어를 포기했다. 이 책의 제목에서 ‘고등어’가 뜻하는 바는 품위 있게 살기 위해 자발적으로 포기한 이 모든 것들을 상징한다.

이들 부부는 자신들은 이런 삶을 선택했지만, 아이들에게는 어느 것 하나 강요하지 않고 스스로 판단해 결정하도록 했다. 생활 방식뿐만 아니라 공부도 연애도 놀이도 모두 아이들이 원할 때 자기 속도로, 자기만의 방식으로 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었다. 일반적인 시각에서는 뭔가 불편하고 부족해 보이지만, 스스로 느끼는 삶의 만족도는 어느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다. 자기 삶을 자기 생각대로 살아왔기 때문이다.


 

저자 소개

  저 : 임혜지

독일 뮌헨의 문화재 건물 전문가. 오래된 건물만 보면 들어가보지 않고는 견디지 못하는 직업병이 있는 그녀는 지난 30년간 독일 고건축 현장에서 문화재 실측조사 및 발굴연구 전문가로 명성을 떨쳐왔으며, 현재 독일 문화재청에서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다. 임혜지는 고등학교 재학 중에 가족과 함께 독일로 이주해 독일 칼스루에 대학교에서 건축과를 졸업하고, 건축사로 공학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1993년 대전 엑스포에서 스위스관 설계 및 기획에 참여했다. 독일인 남편과 고등학생인 두 자녀와 함께 살고 있으며, 우리 아이가 공부는 못해도 성격은 좋으니 걱정 마세요’라며 선생님을 위로하고 딸에게 대놓고 콘돔 사용법을 가르치는 대범한 엄마이지만, 댄스 학원에서 남편과 왈츠를 출 때가 가장 행복한 만년 소녀이기도 하다. 지은 책으로 『프리드리히 바인브렌너 시대의 칼스루에 주택』(독일어), 『내게 말을 거는 공간들』, 『고등어를 금하노라』가 있다.

목차

프롤로그 괴짜 가족의 식탁으로 초대합니다!

자유로워라, 즐거워라
자유를 구하라
돈 대신 시간을 선택하는 인생
어디 부부 살림왕 대회 없나요?
포기한 만큼 품위 있는 삶
지구를 지키는 내 사랑 물주머니
식탁에서 고등어를 금하노라
정치적이고 경제적이고 사회적인 과일 쇼핑
파티의 여왕, 기부의 여왕
행복의 기회비용

내가 자유로운 만큼 내 아이도 자유롭게
놀이 실력이 곧 인생 실력
흔들려도 좋아. 네 힘으로 해!
한두 번 실수로 망가지는 인생은 없어
모든 딸은 자라 여자가 된다
존재의 기쁨은 평가의 대상이 아니다
열정 없는 턱걸이 인생만은 금물
아이가 내 품을 떠나려 할 때
내 맘대로 춤출 권리
아이의 좌절에 대응하는 엄마의 자세

공존을 위한 예의
이성이 잠들면 괴물이 눈뜬다
사람은 어떻게 나치가 되는가
야만의 역사를 바로잡는 작은 조약돌의 힘
무지개 색을 모른다고?
굴러 들어온 돌과 박힌 돌이 공존하는 방법
평범한 재능이 특별한 실력이 되는 비결
과학 기술 강국 독일의 대학 평준화 정책
사람을 위한 법, 자연을 위한 법
키를 낮춰 곁에 눕는 마음
완경의 섹스

에필로그 자유
...  

책속으로

일이 재미있으면 더 해. 하지만 돈 때문에 더 하지는 마
남편이 회사에서 일주일에 36시간 근무를 40시간으로 늘리라는 제안을 받았다. 아이들도 다 컸으니 하루에 30분 더 일한다고 사생활에 지장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나는 이렇게 말했다.
“맘대로 해. 일이 재미있으면 더 해. 하지만 돈 때문에 더 하지는 마. 우린 지금 버는 돈도 다 못 쓰는데.”
“집에 일찍 와봤자 신문이나 읽고 노는걸.”
“신문이나 읽고 노는 건 안 중요해?”
신문이나 읽고 노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그랬는지 남편은 일을 더 하지 않았다(몇 달 후에 회사에선 남편을 일주일에 40시간 일해야 하는 위치로 승격시켰다. 그것은 또 다른 책임감과 성취감이 따르는 일이었으므로 나는 남편을 위해 진심으로 기뻐했다). --- p.22

우리 부부의 건강한 생활력
내가 설거지를 하고 있는 동안 남이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알아서 실내를 정리하고 청소하는 사람이 하나 있었으니, 그는 바로 남편이었다. 그의 옆에도 다른 여성들이 쭐레쭐레 붙어서 눈치껏 일을 돕고 있었다. 내 남편은 이 파티에 참석한 유일한 아버지였다. 돈이 많거나 직책이 높아서 항상 바쁜 다른 부모들과 달리 그다지 책임이 막중하지 않은 직책에 있어 이렇게 아이들의 학교 파티를 위해 결근할 수 있는 나와 남편의 처지가 새삼 감사했고, 선수급은 아니더라도 일용할 양식을 제 손으로 요리하고 치울 수 있는 우리 실력이 자랑스러웠다. --- p.41

나는 어린아이의 아빠이기 때문에 절대로 그렇게 살 수 없다
지멘스에서는 남편이 국제 결혼한 사실을 눈여겨보고 국제적인 일꾼으로 양성하려 했다고 한다. 그런데 장소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역동적으로 일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남편은 “나는 어린아이의 아빠이기 때문에 절대로 그렇게 살 수 없다”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그러고도 붙을 줄 알고 감이 좋다니!
내가 엑스포 건으로 외국에서 일할 기회를 얻었을 때 남편은 망설임 없이 전업주부의 역할을 맡아주었다. 남편의 지론은 그래야 아이들이 행복하고, 아이들이 행복해야 자기가 행복하다는 거였다. 엑스포가 끝난 뒤에는 내가 아이들을 돌보며 남편의 취업을 도왔다. 남편이 가까스로 안정된 직장을 구하고 아이들이 제 앞가림을 할 나이가 되자 우리 부부는 다시 나의 자립을 위해 힘을 합쳤다. ……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부모의 돈이 아니라 부모의 시간이라는 것을 깨닫고 이를 평생에 걸쳐 철저하게 실천할 수 있었던 걸 우리는 자랑스럽게 여긴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감사한다. 아이들이 없었다면 이렇게 풍요로운 인생을 맛볼 생각도 못 했을 것 아닌가? --- pp.84~85

자기 인생의 주인으로 산다는 것
나보다 훨씬 더 어린 나이에 홀로 섰던 우리 부모님의 인생에 비하면 그까짓 대학생 아르바이트야 도리어 호강이었고, 그런 부모님의 딸이라는 자부심으로 나는 어떤 일에도 항상 자신이 있었다. …… 바쁜 생활이긴 했지만 나는 ‘내 인생의 주인은 나’라는 자신감으로 늘 당당했고, 자유가 충만한 젊음을 보냈다. 적당한 시기에 도움의 손길을 끊어주신 부모님께 감사한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집안이 참 좋은 사람이다.
젊은 시절 나의 긍정적인 경험은 자식에 대한 교육관에도 영향을 미쳤다. 자기 인생의 주인으로 산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경험하고,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자립을 통한 자유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경험한 나는 아이들의 자율성을 어려서부터 존중했다. 아이들의 관심사가 무엇인지 관찰하고 내가 거기에 맞췄다. 책을 많이 읽어줬지만 아이들이 글자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굳이 가르치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은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 제 이름도 제대로 쓰지 못했다. 학교에서 스스로의 힘으로 하나씩 배워가는 기쁨을 맛보는 것이 인생에 유익한 일이지, 그 나이에 남보다 조금 더 먼저 안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 p.101

한두 번 실수로 망가지는 인생은 없어
“콘돔만으로는 불안하니 피임약과 콘돔을 같이 써야겠어.”
“제대로 사용하면 안전해. 콘돔을 쓰면 피임약은 필요 없어.”
“아니야, 엄마. 그러다가 임신하면 내 인생 망치는 거야.”
“피임을 제대로 했는데도 임신이 된다면 그건 할 수 없는 일이야. 네 잘못이 아니라구, 그리고…….”
나는 잠시 뜸을 들이다가 말을 이었다.
“이 세상에서 네 인생을 망칠 수 있는 건 없어.”
“엄마는. 공부도 안 끝난 열다섯 살짜리 소녀가 임신하면 인생 망치는 거지.”
펄쩍 뛰는 딸에게 내가 단호하게 말했다.
“임신해도 인생 망치는 거 아니야. 불편하긴 하지만 괜찮아. 넌 아기 기르면서 공부할 수 있어. 엄마 아빠도 성심껏 도와줄 거야.” --- pp.114~115

부부 관계는 감?이 지배하는 동네
우리 부부는 평생에 걸쳐 무수한 상처를 주고받았다. 서로에게 적응하지 못해 성욕의 주기가 곧잘 어긋나곤 하던 시절에 우리는 간혹 짜증 섞인 혹은 노골적인 무시의 눈길로 상대방을 거절했고, 이것은 각자의 마음속에 상처로 남아 있다. ……
묵은 상처의 영향에서 벗어나기 위한 내 나름의 방법은 ‘따지지 않는다’이다. 핑퐁을 주고받는 와중에 튀어나간 공이 누구의 라켓에서 튀어나갔는지를 따지는 것은 닭이 먼저인지 알이 먼저인지를 따지는 것만큼이나 무의미하다. 우리가 만든 공동의 상처라고 생각하면, 내가 입은 상처가 덜 원통하고 내가 입힌 상처가 덜 부끄럽다. ……
나는 사회적으로는 공정하고 정확한 과거 청산을 부르짖는 사람이지만 부부 관계에서는 그러지 않는다. 사람과 사람 사이는 주관과 감정으로 얽힌 동네지 공정성이나 정확성이 지배하는 동네가 아니기 때문이다. 가끔 남편이 우리의 과거에 대해 황당무계한 소리를 할 때가 있는데 이럴 때 나는 “그런가?” 하고 만다. 그걸 따져서 위자료를 받을 상황도 아니고, 아무려나 남편이 그렇게 믿고 기분 좋아서 밤이고 낮이고 내게 서비스를 잘한다면 그것도 공동의 이익이 아니겠는가? 
  --- pp.271~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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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자유로운, 그러나 이기적이지 않은 행복을 꿈꾸는 ‘유러피언 드리머’ 임혜지

제레미 리프킨이 『유러피언 드리머』에서 “일하기 위해 사는 미국인”과 “살기 위해 일하는 유럽인”을 대비시켰듯 최근 성장과 축적, 개인의 배타적 자유와 독립, 문화적 동화(同化)를 추구하는 미국적 가치관에 반하여 공동체 안에서의 자유와 조화, 지속 가능한 개발, 삶의 질, 문화적 다양성을 중시하는 유럽적 가치관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고등어를 금하노라』는 ‘유러피언 드림’이 실제로 유럽의 일상에서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지를 아주 구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책이다. 1장 ‘자유로워라, 즐거워라’에서는 개인이 자신의 신념과 의지대로 자유롭게 삶을 구성해나갈 때 삶이 얼마나 즐거워질 수 있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여기서의 자유는 부와 권력을 쥔 개인이 휘두르는 배타적 자유가 아니라 가족, 이웃, 사회, 나아가 전 세계에 함께 살고 있는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더 단단해지는 공동체적 자유를 뜻한다. 저자가 줄기차게 자유를 외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포기’라는 단어를 자주, 또 기꺼이 사용하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2장 ‘내가 자유로운 만큼 내 아이도 자유롭게’에서는 부모의 진두지휘 아래 일치단결하는 가족이 아니라 어른이든 아이든 하나의 인격체로서 각자의 개성을 충분히 발휘하며 소통하는 가족의 모습을 볼 수 있다. 3장 ‘공존을 위한 예의’에서는 자신이 살고 있는 시대를 형성한 역사적 유산을 존중하고 그 과정을 함께 겪어온, 또 그 결과를 함께 겪어갈 동시대의 이웃에 대한 예의를 이야기하고 있다.

생각대로 살기 위해 스스로 선택한, 그래서‘우아한’가난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는 말이 있다. 아무리 지식이 많고 생각이 깊더라도 그것이 살아가는 모습으로 드러나지 않는다면, 결국엔 애초의 생각조차 사는 모습을 닮아가게 된다는 뜻이다. 생각대로 삶을 꾸려 나가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같지만 우리는 대개 무수한 선택의 기로에서 견고한 시스템에, 익숙함과 안락함에, 체면과 관계에 굴복하고 타협하는 길을 택한다. 다수의 삶에서 이탈할 경우 감수해야 하는 불이익과 불편부당함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