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9월 28일 어제에 이어, 토요일 오전에도 있다는 강연을 듣기 위해,,, 또 다시 완산도서관으로 향했다.

오늘은 민석이랑 나일이, 그리고 나일아빠도 함께. 하지만 뭐,,,, 오늘도 강연은 나혼자,, 그것도 마지막까지 있진 못하고... 끝날 무렵 나와야했다. 강연실 옆이 아동 도서실이라 나일이는 그곳에서 혼자 책을 보고 있는데 민석이가 자꾸만 날 찾으며 강연실 안으로 들어왔다. 그래서 데리고 있으면 밖에 나가고 싶어서 쉬 마렵다고 보채고,,나오면 안싸고... 암튼,,, 아이들과 함께는 단 한시간이라도 강연에 집중하기가 참으로 어렵다는 생각을 다시한번 했다. 그래도... 오늘 들은 내용으로.. 잔소리하는 엄마가 되지는 말자는 다짐을 다시한번 해본다.

부모교육센터의 이동순 소장이라고 소개하신 분은... 언젠가 티비에서 본 적이 있는 얼굴이었다. 말씀도 재밌게 잘하시고... 듣는 중간중간 어찌나 웃었던지.. 웃다가 눈물이 나올 정도였다. 가장 웃겼던 부분은 엄마들 대부분이 아침부터 아이에게 잔소리로 하루를 시작해서 잔소리로 끝내는데(일어나라, 밥 먹어라, 세수해라, 옷 입어라, 숙제해라, 빨리 좀 먹어라, 얼른 자라, 눈 감아라, 말하지 말고 빨리 자라 등등) 이상하게 또 잠든 아이의 얼굴을 보며 미안하다고, 하지만 엄마는 널 정말 사랑한다고, 널 위해서 그런거라고  말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엄마들이 아이에게 하는 말투와 눈빛, 행동을 재연했는데  나랑 너무너무 똑같아서 웃다가, 웃을 수 만은 없는 비애에 눈물이 나온 것이다.  정말 공감이 되는 내용이었다. 아마 거기 있는 엄마들 대부분이 그럴 것 같다.

하지만 엄마들이 착각하고 있는 것중 하나가 바로 이렇게 끊임없이 잔소리를 하는 것을 다 당연히 엄마가 해야하는 역할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간식을 챙기고, 먹여주고, 입혀주고, 씻어주고, 이거해라 저거해라 아이를 위해 대신 판단하고... 그러면서 자신이 아이를 사랑하고 있으며 아이에게 모든 걸 아낌없이 해주고 있다고 아주 큰 착각을 한다고... 사실 이 강연을 듣기 직전,, 아침밥을 먹으면서 나일이랑 민석이가 밥에는 손도 안대고 계속 딴짓만 하고 있자.. 나도 밥 좀 떠라, 반찬은 왜 하나도 안먹냐... 뭐 이런저런 잔소리를 엄청 퍼붓다가,, 결국엔 나일이에게 "내려가!" 하고 단호하게 말하며 식판을 뺏어버렸다. 민석이도 절반 쯤 먹다가 내려가서 장난만 치기에 남은 음식은 모두 버리고. ㅠㅠ
 

강연자는 절대 이러지 말라고, 이런 잔소리를 일년 이년 십년 정도 듣게 되면 아이들은 엄마가 하는 일상적인 말들을 모두 다 듣기 싫어하며 자기가 사는 집 안을 생지옥이라 여긴다고 했다. 부모가 자길 위해서 그런다고는 생각하지 않고, 날 사랑한다면서 왜 이렇게 힘들게 하느냐고 한다고. 아이들은 두 살만 되어도 혼자 잘 먹을 수 있고, 얼만큼 먹을 것인지도 자기가 정할 수 있는데 자꾸만 엄마가 옆에서 아이를 마음대로 하려 하니까 아이는 괴로워할 수 밖에 없다고. 아이가 태어나서 모유를 먹는 순간, 아이는 자신이 얼마나 먹으면 되는지 결정할 수 있는데, 모유나 분유를 젖병에 넣어서 주다보면 아이가 남겨도 엄마는 계속해서 아이에게 더 먹이려 하고, 아이는 억지로 먹게 되다 보니 점점 먹는 즐거움을 잃어버린다고 했다.

다 맞는 말이다. 정말 다 맞는 말이었다. 내 경험에 비추어봐도 그렇고. 그럼 어떻게 해야할까....... 마지막까지 듣지 못해 좋은 방법이 뭔지 확실히 옮겨 적을 순 없지만,, 강연자는 일단 잔소리를 하지 말고, 아이를 많이 안아주라고 했다. 안아줄 때 아이는 따뜻함을 느끼고, 안정을 찾으며 사랑받는 다는 느낌을 갖는다고. 그러면서 그 곳에 온 엄마들에게 지금  모두 일어나서 의자 밖으로 나가 선 다음, 옆에 있는 사람을 안아주라고 했다. 그리고는 모르는 사람을 안아주는 것조차 이렇게 그 품이 따뜻하고 좋은데 왜 내 아이, 내 남편은 자주 안아주지 않느냐고. 나는 민석이 때문에 다른 사람과 안아주는 연습을 할 순 없었지만, 그러고보니 나일이를 낳고 나선 남편과의 스킨쉽이, 민석이를 낳고 나선 남편과 나일이와의 스킨쉽이 거의 단절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연자는 나처럼 느끼는 사람들이 대부분인데 이건 본인이 자라면서 스킨쉽을 거의 받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지금부터라도 내 부모, 내 가족들과 많이 껴안으라고 충고했다.

강연을 듣고 나오면서 나일이에게, "오늘 엄마가  강연을 들었는데.... 아이들한테 밥 먹어라, 반찬 먹어라, 샤워하게 옷 벗어라 등등... 하나하나 다 말해주고 대신 해주지 말라고 하네. 밥도 알아서 먹게 하고, 옷도 혼자서 입게 하고, 뭐든 대신 해주려 하지 말라고... 아이들은 민석이 정도만 돼도 혼자서 잘할 수 있다고.. 정말 그런거야? 이제 엄마가 밥 먹을때마다 잔소리 안해도 되는거야?" 하고 물었더니. 나일이는 당연하단다. 혼자서 잘 할 수 있다고. 그래서 내가, "그럼 만약에 씻어야 할 시간이 됐는데도 나일이가 계속 엄마 말 못 들은 척 하고 책만 보고 있거나, 밥먹어야 하는데도 식탁에 앉지 않거나.. 그럼 어떻게 해야돼?" 하고 말했더니.. 그냥 한번만 말해달란다. 짜증내지 말고. 헉.... 그동안 몇번 말했다가 안들으면 "빨리 앉으라고 했지!" 하면서 소리 꽥 질렀는데... 나일이도 은근 속에 쌓아놓은 불만이 많은 모양이다...

나는 얼른 "알았어! 그럼 짜증내지 말고 잘 말할게. 근데 나일아,, 이제 엄마가 나일이 많이 안아줄테니까 나일이도 민석이 많이 안아줘라.. 오늘 강연하신 선생님이 그러시는데, 민석이가 누나 때리고, 장난감 부수고 하는 것은 나일이가 민석이를 많이 안아주지 않아서 그런거래. 그러니까 안아주면 다 좋아진대~" 했더니.. 나일이는..... "싫은데" 하고 한마디 내뱉는다. 나는 놀라서 "왜~~?" 하고 묻자........

"그냥, 귀찮아. 미워" ... 나일이에게도 벌써부터 스킨쉽 거부 현상이 나타나는 것인가. ㅠㅠ 나는 이 부분은 조금씩 연습하는 걸로 하고,, 나부터 나일이를 많이 안아줘야겠다는 큰 숙제를 받았다.. 그런데.. 참으로 어려운 숙제다. 돌아오는 길에 나일이가 이것저것 자꾸만 물어대길래 처음에는 잘 대답해주다가,,, 점점 귀찮을 정도로 물어보자.. 나도 모르게 "뭐, 그냥. 어디 있겠지. 엄마도 잘 몰라" 했더니.. 나일 왈,

"엄마 지금 짜증내는거야? 그러지 않기로 했잖아~~~"

아 ㅠ,ㅠ 당분간.. 나를 위한 심호흡이 아주 많이 많이 필요할 듯 싶다.

사진은.. 내가 강연을 듣는 동안, 나일아빠가 나일이와 민석이를 데리고 도서관 뒷 산에서 꽃같은 시간을 보내는 모습. .. 쌩유!! 나일아빠~~